새벽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각
나그네(40대 초반)가 길을 나선다.
낡은 여관 앞마당, 희미한 등불 아래 옆집 농부(50대 후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을 매섭게 채찍질하고 있다.
말은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내며 발버둥 친다. 나그네는 안타까운 마음에 발걸음을 멈추고 여관 주인장(60대 후반)에게 다가간다.
나그네 :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인장, 저 농부는 왜 저리 말을 학대하는 것이오? 새벽부터 웬 소란이오?
주인장 : (한숨을 쉬며) 딱한 사정이 있지요. 어제까지 일을 끝내면 말에게 이틀 휴가를 준다고 약속했답니다.
나그네 : (눈살을 찌푸리며) 아니, 그럼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오? 말이 불쌍하지도 않소?
주인장 : (난처한 표정으로)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쉬었으니, 이틀이 지난 거라나...
나그네 : (기가 막힌 듯) 아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어떻게 잠자는 시간을 휴가라고 할 수 있소?
주인장 : (어깨를 으쓱하며) 원래 휴가는 날수로 세는 거라고 우기던데요. 참 고집불통이지요.
나그네 : (분노를 참지 못하며) 이런! 시벌노마! (施罰怒馬)!
농부 : (나그네를 노려보며) 뭐라 했소?
나그네 : (농부를 향해) 당신은 지금 화난(怒) 말(馬)에게 벌(罰)을 가한다(施)는 뜻의 시벌노마(施罰怒馬) 같은 행동을 하고 있소!
당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제멋대로 해석하는 짓을 당장 멈추시오!
당장 약속을 지키시오!
농부 : (얼굴이 붉어지며) 뭣이 어째? 내가 왜!
나그네 : (단호하게) 말이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이틀 휴가를 줬다고 할 수 있소! 당신은 지금 약속을 어긴 것이오!
농부 : (억울한 듯) 나는 분명히 이틀이라고 했소! 날짜로 따지면 이틀이 맞지 않소!
나그네 : (어이없다는 듯) 당신은 지금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오! 말이 진정으로 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오!
농부 : (고집을 꺾지 않고) 흥! 내 말인데 내가 알아서 하겠소!
나그네 : (한숨을 쉬며) 당신은 결국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이오. 당신의 행동은 결국 당신 자신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오.
나그네는 더 이상 말을 섞을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농부는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고 말을 거칠게 다룬다. 여관 앞마당에는 말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만이 새벽의 적막을 깨뜨린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약속을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농부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법 탈법을 일삼는 개판과 떡검의 현실을 반영한다.
나그네의 분노와 탄식은 정의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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